곡 완성도 측면의 ‘2013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음원 분석

매 회 이슈를 몰고 다니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가 드디어 선을 보였습니다. 같은 날 밤 10시를 전후해 각 온라인 사이트에 음원도 공개됐죠. 무도(무한도전) 팬이자 음악계에 반에반에반다리 걸친 입장에서.. 해당 음원을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해.. 이글을 써봅니다.

먼저, 이번 가요제의 뮤지션은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폭넓은 스펙트럼과 시야를 갖고 있는 유희열, 힙합을 기반으로 복고적이면서도 동시에 얼반 & 트렌디한 비트를 만들어내는 프라이머리, 소녀팬들을 책임지는데다 주류 음악에 대한 감이 있는 GD, 한국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디밴드로 거듭나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 떠오르는 인디씬의 신예로 특유의 감성을 지닌 장미여관, 대중성과 이름값까지 겸비한 보아, 모던락 계열 블루한 감수성의 김C까지. 여기에 개코, 김조한, 이소라 등 까지 더해졌으니 언더/오버를 넘나드는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그 결과물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뮤지션들이 무도 특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건데요. 이건 어떤 스타나 유명인이 나와도 자신들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무한도전 특유의 분위기가 한몫했습니다. 그 어느 프로그램, 어느 연예인이 GD에게 개그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강요(?)할 수 있을까요? 락페에서조차 소리를 지르지 않는 장기하의 미친듯한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을까요? 무한도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업이었고 보는 이, 듣는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이겠습니다. (다만, 저는 본 방송을 보지 못했습니다. 음원을 바탕으로 완성도 측면에서만 평을 해볼 예정이니, 깔때 까더라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트랙순서대로)
1. 김C & 정준하. 사라질것들 (Feat. 이소라, 빈지노)
완성도 ★★★★☆

역대 무도 가요제 결과물 중 가장 실험적이고 동시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쓰다만듯한 가사가 좀 아쉽긴 합니다만… 곡은 굳이 구분하자면 박명수씨가 외치던 EDM과 그 본류는 같은 미디엄 템포 정도의 일렉트로닉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온통 전자음이지만, 곡 자체는 굉장히 차분하고 딴딴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트를 구성하는 파이프 소리와 비슷해보이는 둥~둥~ 사운드 외에는 멜로디를 구성하는 악기마저 부재합니다. 사실 계속 반복되는 스트리밍과 fx사운드는 모두 조미료 정도에 불과하다고 봐야할 듯. 그나마 이소라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곳에 깔리는 스트리밍 정도가 멜로디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담백한 곡을 이끄는 힘은 8할이 두 보컬입니다. 기본적으로 발성이 되는 정준하씨기에 가능했던것같은데요. 거기에 쓸데없이 기교부리지 않는 보컬의 김씨가 잘 어우르고 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빈지노의 특유의 담백한 랩핑은 곡을 더욱 딴딴하게 채워주고 있는데요. 이소라씨의 터질듯하지만 끝까지 흐름을 깨지않는 피쳐링들은 곡의 파격성을 더합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맛이 베어나는 곡인 듯 해요. 그런데 그러고보니 김씨가 이런곡도 만드는군요…? 이곡 김씨가 만든것 맞나요?



2. GD & 정형돈. 해볼라고

완성도 ★★★☆☆

별을 2개줄까..3개줄까 아직도 고민되네요. 딱 GD스타일에 트렌디한 댄스곡입니다. 힙합을 계속 외치는데.. 힙합 음악이라고 부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겠죠.

문제는 우선 가사를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정형돈씨가 쓴건가요? 기본적으로 ‘해볼라고’라는 컨셉 자체는 전작의 정형돈씨 노래처럼 매우 기발합니다. 정형돈 특유의 위트도 전체적으로 잘 녹아있죠. 하지만, 오히려 GD파트에 비해 정현돈씨 파트의 가사는 컨셉을 놓친 느낌입니다. 가사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본 의도는 관객과의 호흡을 고려한 것 같은데.. 기술적으로 그 점이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GD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형돈의 역시너지 효과인 듯. 예를 들어 가사 중 ‘하나되어 say hiphop’등이 대표적인 경우. 함께 외치자는건지.. 내가 say하겠다는 건지.. 완급 조절도 되지 않아 관중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런 식의 미스가 곡 중간중간 나타나고 있는데요. 곡 구성도 조금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러저러한 요소를 다 넣으려다 보니 욕심이 과한 느낌. 곡 자체가 지저분하고 좀 산만해졌습니다.


 

3. 유희열 & 유재석. Please Don’t go my girl (Feat. 김조한)
완성도 ★★☆☆☆

가장 아쉬운 곡. 완성도 측면에서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특색 없는 무기(나레이션, 랩, R&B창법, 고만한 보컬)를 이리저리 버무려 놓은 뻔한 미디엄 템포 R&B인 듯 합니다. 극강의 담백한 감성을 보여줬던 유희열의 작품치고 더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가사도 문제인데요. 재밌지도 않고 공감도 잘 안가고.. 이러저러하다 뭣도 안된 느낌입니다. 다만, 유재석이 아닌 정형돈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코믹하면서 소울풀한 보이스는 곡을 잘 살려주었을 듯 합니다. 혹은, 기교를 아예 배재하고 전작 ‘바라는데로’ 처럼 담백하게 불렀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의 맞지 않는 옷같은 보컬보다 훨씬 듣기 좋았을 것 같아요. 유희열과 유재석의 새로운 시도는 박수를 쳐주고 싶으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4. 프라이머리 & 박명수. I Got C (Feat. 개코)
완성도 ★★★★☆

프라이머리 특유의 스타일에 박명수씨가 잘 녹아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프라이머리가 전작에서 보여준 스타일 그대로의 곡에 박명수의 보컬이 피쳐링한 듯한 느낌인데요. 사실, 박명수씨가 참여한 무도 가요제의 곡들은 완성도가 꽤 높죠. 이유가 몇가지 있겠습니다. 첫째, 그가 무도 멤버 중 가장 고른 가창력(저음, 고음, 보이스, 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의 작곡가라면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인 셈이죠. 둘째, 호통 형태의 개그가 신나는 노래에서 잘 버무려진다는 점. 이번 곡에서도 “싫음 말어” 같이 뜬금없지만 한방에 임팩트를 주기 좋은 추임새를 뱉을주 아는 개그맨이란 거죠. 셋째, 사실은 주장이 강하지 않은 캐릭터. 이점은 방송만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다른 멤버와 달리 박명수씨는 작곡가의 의도를 대체적으로 그대로 수용하고, 또 잘 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들이 잘 버무려져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요즘 가장 핫한 비트메이커인 프라이머리라면 이를 놓칠리가 없겠죠. 이와 반대로 무도 멤버 중 가장 곡을 잘 소화하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너무 강한 정형돈, 스펙트럼이 너무 좁은 하하는 독자적인 뮤지션으로는 볼 수 있어도 단 시간내에 무작위 팀웍을 이루기에는 무리가 다소 있는 듯 합니다.

한가지 더, 개코의 피쳐링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철저하게 서브 랩퍼이자 피쳐링 역할에만 충실한 개코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곡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추임새와 호응까지 이끌어내는 모습은 ‘역시 개코’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5. 장미여관 & 노홍철. 오빠라고 불러다오
완성도 ★★★★☆

이번 가요제 최고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미여관은 탑밴드에서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고 노홍철씨는 자신의 ‘오버 페이스’가 꼭 방해요인만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장미여관의 전작들을 들어보면 특유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딴딴한 연주와 유려한 화음을 지능적으로 사용하는 팀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하씨와 함께 곡을 만드는 센스가 돋보이는 밴드이기도 한데요. 이번 곡에서 그들은 센스는 취하되 기존의 스타일은 과감히 던져버렸습니다. 노홍철씨의 보컬과 화합하기 위한 나름의 고민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스트레이트로 달리는 노홍철을 달리는 음악에 넣되 완급 조절은 장미여관이 해낸 것이죠. 다만, 노홍철씨의 벌스부분은 구성 상, 아직 50%만 쏟아내야 할 부분으로 보이는데.. 역시.. 그냥 달려버리시더군요.

특유의 센스는 이 곡의 압권입니다. 오빠라고 부르기 애매한 나이와 얼굴을 곡과 가사에서 센스있게 배치하고 있는데요. 이를 관객과의 호흡을 위한 장치로 활용해 더욱 신나는 무대를 보여줍니다. 수없는 소규모 라이브 클럽에서 다져진 실력이겠죠. ‘오빠’를 반복해 관객과 호흡하면서 밴드형태의 뮤지션이 페스티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생각됩니다.


6. 장기하와 얼굴들 & 하하. 슈퍼잡초맨
완성도 ★★☆☆☆

결론적으로 이건 장기하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곡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준 한국적 감수성도 현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도 모두 무너져내렸습니다. 듣는 내내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하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던데.. 이를 감칠맛나게 바꾸는데는 실패했다고 봐여할 듯 합니다.

특히, 레코딩은 모든 팀 중 최하점을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공연클립에서 느껴지는 열정적인 분위기가 곡에서는 매우 엉성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하하가 분노하는 부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부터는.. 안습 수준입니다. 하하씨와 장기하씨가 서로 호흡을 주고 받는 부분도 음원 상으로는 그냥 딜레이를 걸어준 것 같이 느껴지는데.. 그나마 연주 파트에서 중심을 잡아줬다는데에 관록을 느껴볼 수 있을 뿐입니다.

7. 보아 & 길. G.A.B
완성도 ★☆☆☆☆

불행히도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존재감도 없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GD처럼 트렌디하지도 않고,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아의 작곡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무한도전 같은 무대에서 선보이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듯 합니다. 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무엇을 느껴야하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정체불명 뜬금없는 영어들은 좀 안쓰면 안될까요?;;

팀의 시너지 효과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사실 길은 허니패밀리-리쌍으로 이어지는 힙합씬의 꽤 존재감있는 캐릭터입니다. 무한도전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뮤지션으로 굳어지는 듯해 좀 아쉽습니다만.. 최근 정체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스타일은 쉽게 깔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곡은 그의 그런 특성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박명수도 유재석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길씨는 무한도전에서 너무 소심한거 아닐까요?


여기까지,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를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끚.

2017-02-12T14:51:3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