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일베충’, ‘일밍아웃’ 이름만 들어도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까지 드는 단어들. 이른바 디씨(디시인사이드)의 코겔(코메디 프로그램 겔러리)에서도 극강의 잉여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일간베스트’와 관련된 표현들입니다. 연관 검색어가 더 있겠습니다. ‘폐륜’, ‘반인류’, ‘극우’, ‘반여성’, ‘김치녀’, ‘전두환’, ‘박정희’ 등등.. 이것만봐도 ‘일베’란 커뮤니티가 갖는 포스(혹은 아우라)가 만만치는 않아 보입니다. 그럼 일베는 잉여들이 모인 쓰레기 같은 집단.. 정도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인가요?


일베의 회원수는 대략 100만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달 페이지뷰(PV 일종의 조회수)는 10억건에 달하구요. 사회 통념상 적극적 가입에 베리어가 존재하고 굳이 회원이 되지 않아도 게시물 포스팅, 댓글을 제외하고는 이용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00만의 회원은 ‘적극적 활동자’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인구 100명에 2, 3명, 인터넷 사용인구로 치면 100명에 4, 5명은 이른바 ‘일베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일베 발 자료는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에서도 자주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고이건 어쨌건 SBS 뉴스 등 공중파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키워드 검색으로도 당신은 쉽게 일베에 들어갈 수 있고, 주요 키워드에서 일베의 자료는 상위 노출을 점유하고 있습니다.(물론 높은 검색 점수를 받은 것이 이유겠죠?)

이쯤되면 드는 합리적인 의문. 왜 일베에 열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거지? 그들이 흔히 알려지기로 ‘쓰레기에 불과’한데도. 그에 앞서.. 그들은 정말 ‘대책없는 쓰레기’에 불과한건가?

 

 화제가 되었던 SBS 8시 뉴스의 일베 자료 인용(?) 사건들

 

현실과 괴리된 패배자들의 욕망의 배출구 일베

과연 누가 일베를 할까요? 일베 core에 있는 핵심 세력(약 100만에)은 과연 어떤 이들일까요? 먼저, 일베를 알기 위해서는 이들부터 특정지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베 이용자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특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겠습니다. 단, 일베 게시물을 접하는 10억뷰의 트랙킹 결과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적극적 활동층에 한한 분석인 점을 참고해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1) 극우세력

이들을 규정하는 가장 분명한 정체성은 바로 ‘극우세력’입니다. 동시에 여타 커뮤니티들과의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우파가 아닌, ‘극우’라는 점에 주목해야하는데요. 이들은 마치 독일의 ‘신나치’나 일본의 ‘극우파’, 미국의 ‘KKK단’과 같은 논리적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일찍이 우리나라에는 없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극우파와 달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구체적인 ‘행동력’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들은 과거부터 새누리당까지 이어지는 보수세력을 지지하며 외국인,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2) 현실세계에서 괴리된 자

이점은 1)과 대비되어 그 자체로 이들의 논리와 행동에 결절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입니다. 이들은 보수세력을 적극 지지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기득권 혹은 심정적으로 기득권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실제로 고학력자나 명망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도 여럿있다고 주장합니다만.. 그것을 확인해야할 만큼의 위치인데다, 그런 이들 역시 현실세계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리가..) 오히려 현실에서는 소외되어 있거나 혹은 심정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이들입니다. 이렇게 현실에서 괴리가 된 상황에서 보수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결절을 낳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전두환이나 박정희같은 과거의 인물에 목메고, 노무현, 김대중 같은 역시 과거의 인물을 비방하는데 그 열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보수를 바라보지만, 그러한 행동은 일종의 워너비에 불과하게 되는 셈.


3) 반페미 혹은 여성으로부터 소외된 자

2)의 ‘현실의 괴리’와 함께 ‘여성으로부터 소외’도 이들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남성연대를 지지하고 페미니스를 비방하며, 더 나아가 무조건적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여자를 만나 매일 돈을 쓰는 것보다 돈내고 한번 하는게(?) 훨씬 경제적이다’란 논리를 구사하기도 합니다. 애잔하죠. 이렇게 현실과 여성으로부터의 괴리와 소외는 이들의 성향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바로 반사회적, 공격성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강자 코스프레를 하며 자신의 결절을 매우고자 애씁니다. 그들의 불완전한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정리하자면, ‘현실과 여성으로부터 괴리된 극우세력’ 정도가 되겠네요. 이런 그들의 기본 성향을 안다면, 그들의 좌충우돌 행동 양식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파를 사랑하고 인터넷에선 허세를 부리지만 현실은 시궁창.. 이들에게 남는 것은 전통적 가치, 현실에 대한 부정, 인간에 대한 혐오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괴리를 메우기 위한 논리가 필요하겠죠. 여기서 일베만의 ‘fact(라고 쓰고 ‘주관적’이라고 부르기에도 좀 민망한)’ 논리가 탄생합니다. 다만, 존립자체가 괴리인 이들에게 비틀어진 논리는 자신의 존재기반과도 같습니다. 이를 반박하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친 할아버지 자살을 인증하는 일베인-> ‘수지 등신대 성폭행(?) 사건’으로 수정했습니다.(위),
일베인들의 우상 ‘전땅크'(아래)

 

일베? 오유? 잉여들의 집단 커뮤니티 문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일베 이용자를 ‘일베충’으로 묶어 그들만의 리그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흔히 일베와 극한의 대립을 겪고 있는 커뮤니티로는 SLR클럽, MLB파크, 웃대 등등 ‘앵간한 커뮤니티 모두’를 꼽아도 과언은 아니겠으나.. 그중에서도 ‘오유(오늘의 유머)’를 빼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오유는 좌파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오유와 일베, 이 극점에 놓여있는 두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요? 예를 들어, 오유 이용자가 100만이고 일베가 100만이라고 가정했을 때, 두 커뮤니티를 합치면 이용자는 200만이 될까요? 순진하십니다. 정확히 추론하긴 어렵지만, 두 커뮤니티 이용자의 합은 150만 정도일겁니다. 다른 커뮤니티와는?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는 않겠죠.

쉽게 말해, 대립을 보이는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중복된다는 얘기입니다. 단적인 예로, 하나의 콘텐츠가 이슈가 되면, 삽시간에 모든 커뮤니티에 해당 자료가 퍼집니다. 각 커뮤니티에서 암약하는 상대세력(?) 회원의 커밍아웃도 잦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심있는 소재(유머, 여자, 스포츠 등)가 같은 이유도 있겠죠. 어쨌든 core의 세력은 다를지라도 ‘주 이용자’는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각 커뮤니티의 근간인 core들의 성향에 있습니다. 일베의 특성으로 본, 3가지 성향 중, 가장 극단에 있는 오유조차 2), 3)의 특질은 기본적으로 비슷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유의 core에 있는 회원들 역시 사회에서 (일정부분)괴리되고 여성으로 부터 (어떤 의미에서는)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일베만 갖고 그러는 거냐구요? ‘일베’라는 이름이(불행인지 다행인지..) 네임드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는 커뮤니티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천리안, 나우누리 등의 통신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클럽의 문화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세분화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거기서 각 커뮤니티의 문화나 독자적인 분위기가 생겨났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동일한 fact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시죠. 두 커뮤니티는 극명하게 차이를 들어냅니다. 소외와 사회와의 괴리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일베’는 여성을 비하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반면, 자신이 솔로인 것은 ‘내가 못난 탓’으로 생각하는 ‘오유’는 여성을 우상시하는 선택을 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성향은 그들의 게시물이나 대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의 변화를 위해 선택한 노선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의 변화를 추구하는 ‘좌파’를 선택한 오유는 현재의 좌파세력을 지지하고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러나 일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들의 선택한 보수와 자신들의 행동방식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우로 치닫고 과거로 휘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포르노, 폭력, 그리고 일베

비슷비슷한 이용자와 성향을 갖은 사용자들이 있는 우리나라 잉여들의 집단 커뮤니티 문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일베를 선택하는 걸까요? 포르노, 액션영화 등을 떠올려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야한 사진부터 시작해 에로영화, 그리고 포르노로 이어지는 성에 대한 집착에는 끝이 없습니다. 액션영화 역시, 1편과 비슷한 액션을 선보이는 2편은 없습니다. 좀 더 화려하고 좀 더 큰 스케일을 영상을 관객은 으례 기대하죠. 이 둘 모두 ‘좀 더 큰 자극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겠는데요. 일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사회적, 공격적인 문화는 이해하기 쉽고 자극적입니다. 왠지 쿨해보이고 씨크해보이기도 합니다. 어린 친구들, 혹은 소외된 어른들(실제 소외가 되었건 안되었던 정신적인 의미의)은 일베의 표현 방식에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문제는 점점 자신들만의 언어로 괴리된다는건데요. 이미 일반인의 문법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언어와 코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베는 점점 그 안에서만 해소할 수 있는 놀이가 되고 이용자들은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거죠. 그러나 그 끝에는…? 포르노, 폭력의 폐해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끝이 없는 황폐화 뿐입니다.

일베를 즐기는 이들 역시, 대부분은 자신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밍아웃(자신이 일베임을 밝히는 행위)’을 꺼려하고 온라인상 혹은 오프라인에서도 암약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 침착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죠. 그들의 문화나 콘텐츠 역시 사회 전반에 깊숙히 뻗어있습니다. 과연 일베는 대책없는 쓰레기들의 집단일 뿐일까요? 일베만의 문제인걸까요?그럼 일베만 없애면 끝일까요?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