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사랑합니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은 제 인생에서 취해야 할 몇가지 중 하나로 손꼽는 것입니다. 머리가 나쁘고, 몸이 게으르다 보니 선택지가 넓지않았..;; 아무튼 여행 중에서도 저는 배낭여행을 즐깁니다. 특히 ‘무전취식’으로 불리는 ‘헐벗고’, ‘못먹고’, ‘못자는’ 여행을 다닙니다.

무전취식 배낭여행은, 처음에는 한정된 자원에서 여행을 즐기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경험과 깨달음의 크기는 고통에 비례한다’는 나름의 성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의 숱한 무전취식에서 만난 밤의 장면들, 여행 길에서 수차례 도난 당한 카메라와 물욕, 온전히 발로 걷는 여행에서 발견한 마을과 사람들, 식빵으로 연명하다 먹는 한끼 식사의 즐거움, 그 순간들. 고통은 경험을 수반했고, 여기에는 깨달음이 있더군요. 이윽코 제게 여행은 예견된 고통을 경험하는 과정이자 어떻게 하면 좀 더 극적인 순간들을 경험할까로 바뀌어버렸던거 같습니다. 이 글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여행, 혼자 다닐만하다” 에서도 밝혔듯이, 홀로 다니는 배낭여행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구요.

그렇게 30개국을 여행했습니다. 군대 100일 휴가 때 처음 비행기를 타봤으니,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많이 갔죠. 그 과정에서 나름 깨달은 여행의 묘미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기도 하니.^^; 그간 미루고 미뤄왔던 이야기를 풀어내볼까 합니다. 무전취식 배낭여행으로 세계 30개국을 돌며 꺠달은 ‘여행의 묘미’에는 어떤것이 있을까요?

 

1. 여행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가장 ‘극적인 만남’이다. 
여행은 ‘나’와 ‘다른 나’가 만나는 가장 극적인 순간
이었습니다.
문화, 민족, 환경, 날씨, 공간 등등 모든 것이 우리와는 다른 이들과의 만남은, 내가 아닌 것을 느끼는 동시에, 나를 반추해보는 가장 극적인 순간들이었던거죠. 사실, 발도장이나 찍고, 구글링 좀 하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인증샷이나 찍는 그런 여행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능한 가볍게, 가끔은 되도록 외로운 여행을 즐겨보세요. 여행을 통해 어딘가를 방문하고 무언가를 즐기는 과정이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내면의 행위를 통해 나를 반추해보는 시간들이 될 겁니다.

2. 여행에 대부분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책이나 영화와는 달리, 여행에 대부분은 실제로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 어색한 환경, 괴로운 날씨,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 낯선 교통체계와 문화, 그런 곳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고행의 길’은 여행을 낭만적이지 않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죠.^^: 3개월 동안의 호주, 뉴질랜드 배낭여행을 돌고 쓴 아래 글이 이 고행길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행에 대부분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수백마리씩 엉겨붙어 휘휘 져어도 떨어지지 않거나 엄지손가락에 반은 되는 크기로 사람피를 빨아데는 개념상실에 파리때들. 보통 군장 무게정도 되는 20여키로에 짊어진 배낭과 손에든 잡다한 물품들. 베드웜이라 불리우는 사람 몸에 들어가서 번식하는 짜증나고 더러운 벌레들과 그런 벌레들이 서식하는 더러운 숙소들. 그늘이 45도를 넘나드는 어처구니 없이 덥고, 어처구니 없이 드라이하거나 습해버리는 기후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물이 30분정도면 뜨거워지는..수돗물이라도 먹어줘야 탈진을 막을 수 있지만 차가운 물이라는게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 

남들은 토할거 같은 맛이라는 한봉지에 50센트짜리 타이 라면 두개에 이틀을 연명해야하는 여정들. 게스트하우스에 놓여있는 주인없는 미확인 프리푸드(남들 먹으라고 놔두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먹거리)에 황홀해하는 내 모습. 못 씻고 못 먹고 상해가는 피부와 몸들. 길을 찾다 찾다 그냥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들. 이방인의 서러움과 서양인들의 냉대들. 한국 음식, 한국말이 그리워지는 순간들. 점점 무뎌지는 감정들. 결국엔 무얼봐도 감흥이 없다. 사진만 찍고 말아버릴 뿐. (2005년 호주에서)

여행에서 가장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은, 힘들게 찾아간 곳에 멋진 장면들 멋진 유적들 따위를 볼때가 아닙니다. 힘들게 찾아 찾아 들어간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부를 적고 ‘열쇠를 받아들어 방으로 향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3. 여행에 즐거움은 ‘계획할 수 없는’ 지점에서 나온다.

여행을 많이 즐기는 분들을 보면, 계획을 짜지 않습니다. 초보 여행자들은 반대로 세세한 곳까지 스케쥴을 짜죠.^^ 또는, 여행의 고수들은 지나치게 준비를 많이 합니다. 여행이 낯선 사람들은 무턱데고 떠납니다. 무슨 말이냐면,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여행의 의외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케쥴 대신에 여행할 곳의 문화, 역사,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는 겁니다. 여행 초보들은 스케쥴과 동선, 가야할 상점 등을 체크하죠.

여행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의외성의 이어져 하나의 여정이 되는 셈입니다. 아무리 최신의 정보와 노하우도 현지에서 얻는 것에 비할바가 아니죠. 유명 관광지나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어쩌다 들어간 골목길, 현지인들과 함께 찾은 로컬 음식점, 여행의 즐거움은 거기서 나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그 나라, 민족, 문화, 사람을 이해해야 그 여행을 보다 즐길 수 있습니다. 보다 유쾌한 여행을 위해, 스케쥴은 최소한으로 짜보세요. 대략의 동선과 꼭 가봐야할 곳 외에는 공란으로 남겨둡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마음 닿는데로 발걸음을 옮기는거죠. 자유로움과 여유로움, 계획되지 않은 즐거움을 찾고자 여행이란 수단을 선택한 것 아닌가요? 여행은 그렇게 즐기는 겁니다.

4. 결국 사람사는 건 다 똑같다. 
여행을 가다보면 초반에는 ‘이 나라는 이런 것이 다르구나. 이것참 독특하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같은 경우 한 10개 정도 나라를 돌아볼 때까지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쌓이다보면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나라를 가나, 의식주에 대한 욕구, 정치, 여가, 교통 등에 대한 생각들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다만, 환경, 문화에 의해 그것이 조금씩 변형됩니다. 그런것을 보는 재미가 있는 거죠.

 

5.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단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면, 진정한 문화에 대한 시각이 쌓입니다. 보편성 속의 자그마한 차이. 그 차이가 바로 문화의 힘입니다. 비가번쩍한 건물이나 으리으리한 관광지, 그런것들이 아닙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이 만들어낸 삶의 흔적에서 문화의 향을 느끼고, 그런 것들이 여행자들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걸 흔하디 흔한 보편적 가치로 녹여버리는게 우리나라 문화 정책의 근간입니다. 참으로 깝깝한 일이죠.. (이글에서 더 자세한 얘기를 볼 수 있습니다.
윗대가리들의 문화, 전통, 건축, 문명화 ‘관광’ 마인드는 ‘강간’수준이다 )

 

오늘 글은 힘이 좀 들어간 것 같네요.;; 요즘 블로그 글을 많이 쓰다보니.. 그 영향이 짬봉닷컴에도 미치는 듯. 쩝…;; 암튼!! 사실 여행(Travel)은 고행길(Trouble)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더 할만한 것 같아요. 또 여행은 곤란함의 연속입니다. 돈도 많이 들구요. 하지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떠나보기 전에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오늘도 방안을 뒹구는 당신. 어디든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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