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TV를 켜고 밥을 먹는데, 영화 300 이 나왔습니다. 좋아하던 영화라 보게 됬습니다. 중반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복선인 ‘곱추’가 등장하죠. 그는 ‘300의 군단에 자신을 끼워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이를 거절하는 왕의 이유. “방패를 들어봐라. 목부터 허벅지까지다. 우린 방패로 자신은 물론 옆의 동료까지 지킨다. 한군데라도 뚫리면 그걸로 끝이다.” 대충 이정도 대사를 쳐냅니다.

새삼 감탄했습니다. 이 한마디로 가장 위대한 전사가 왕으로 군림하는 스파르타의 특성과 곱추라는 주요한 줄거리를 유려하고 간결하게 처리해냈습니다. 이게 디테일이자 시나리오의 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흔한 병맛 영화라면 어땠을까요? 신분과 각종 반목을 두서없이 보여주다 줄거리와 상관없는 산을 몇번은 오르지 않았을까요? 말도 안되는 감동코드나 작위적인 웃음코드가 등장했을지도 모릅니다. 문학, 글, 영화 등에서 ‘디테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 때, 문창과의 존경하는 교수님은 ‘잘 쓴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디테일에 달렸다’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특히, 밀리터리 분야에도 디테일은 필수입니다. 세계 유일의 50년밖에 안된 동족상잔 비극의 전면전을 치춰낸 나라치고, 이 분야에 일컬을만한 영화가 과연 뭐가 있을까요..? 설마 <태극기 휘날리며>나 <고지전>을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적어도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그 영화들을 곱게 평할리가 없습니다.